인숙 차펠 “국제 입양, 끝내 극복못할 트라우마 될 수도”
입양아 출신 영국 극작가 겸 영화제작자 인숙 차펠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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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숙 차펠
“국제 입양, 끝내 극복못할 트라우마 될 수도”
“국제 입양이 누군가에게는 큰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고 끝내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입양아 출신으로 영국에서 극작가 겸 영화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는 인숙 차펠(43·사진)이 한국을 찾았다. 그가 쓴 희곡 ‘이건 로맨스가 아니야’가 국립극단의 ‘한민족 디아스포라전’에 초청됐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개막해 18일까지 공연되는 ‘이건 로맨스가 아니야’는 어릴 적 헤어졌다가 25년 만에 만난 남매의 재회를 그린 연극이다. 2007년 영국의 신인 극작가 등용문인 ‘더 베리티 바게이트 어워드’를 받은 작품으로 입양과 이별, 죄책감이라는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온 남매의 고통을 파격적으로 그렸다. 영국 BBC 라디오 드라마로도 제작된 바 있다.

5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만난 인숙 차펠은 “인종적인 조건 때문에 100% 영국사회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1년 한국정부가 지원하는 입양아 초청 프로그램으로 방한했을 때 ‘내가 절대로 한국인이 될 수 없는 외국인이라는 것과 미혼모의 자녀로서 한국사회의 부끄러운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 큰 트라우마를 얻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이 작품은 10년 전의 내 분노와 상처가 녹아 있다”면서 “하지만 나중에 시나리오로 고치는 과정에서 이야기와 결말도 바뀌었다. 내 감정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영국인 남편, 딸과 함께 온 그는 고통과 슬픔의 터널을 통과해 편안함을 찾은 듯했다. 

배우였던 그는 다소 늦은 나이인 30대 초반에 극작을 시작했다. 아시아계 배우로는 맡을 수 있는 배역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늘 캐스팅 장벽에 부딪혔다. 간호사 창녀 역할만 제안이 왔다”면서 “내 커리어를 위해 직접 극작에 나섰는데 자연스럽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담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건 로맨스가 아니야’ 외에도 탈북자를 소재로 한 연극 ‘평양’의 극본을 쓰고, 단편영화 ‘꽃제비’를 제작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국민일보(시사) http://news.kmib.co.kr/  입력 :  2017-06-05 21:55